20190521 2019. 5. 22. photo

@Yeonhee-dong

20190510 2019. 5. 11. photo

@ Terarosa posco, Samseong-dong


20190509 2019. 5. 9. photo

@Yeonhee-dong

 

20190506 2019. 5. 6. photo

짙은-고래 @ Anyangcheon

 

20190430 2019. 5. 1. photo

@Kye-dong, Wonseo-dong

여행의 이유 2019. 4. 29. text

김영하,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2019

 

  •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 p. 23
  •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편안한 믿음 속에서 안온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이상, 여행자는 눈앞에 나타나는 현실에 맞춰 믿음을 바꿔가게 된다. 하지만 만약 우리의 정신이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의 믿음에 집착한다면 여행은 재난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p. 35
  •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알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냥 현재를 즐기자. 현재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 마주 앉아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 미래는 포기하고 현재에 집중하자고 생각했고 그것은 사실 내가 모든 여행에서 택하는 태도이기도 했다. p. 109
  • 페넬로페의 침대에 누운 오디세우스는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그토록 길고 고통스러웠던 여행의 목적은 고작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기 위한 것이었다. 때로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었다. 영원히 늙지 않는 아름다운 요정 칼립소의 침대에서 매일같이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한 여행자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혜의 여신이 그를 다시 고난의 여행길로 끌어냈고 그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가 기다리는, 자신의 그림자를 드리울 곳으로 돌아갔다. p. 152
  • 일단 누군가를 신뢰하기로 마음먹으면 우리의 정신 속으로 평안함뿐 아니라 자극과 흥분이 파고들어온다. 신뢰란 다른 생명체와 맺어지는 관계 가운데 가장 큰 기쁨을 준다. p. 143
  • 인류가 한 배에 탄 승객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달의 뒤편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p. 148
  •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나야 하는 이주자와 자기 결정에 따라 여행하는 자가 보는 풍경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느끼는 것은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주자는 일상을 살아가는 반면 여행자는 정제된 환상을 경험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p. 199
  • 소설에서는 그냥 일어나는 사건이 거의 없다. 나중에 일어날 일들과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 소설은 재미있는 일들을 집어넣는 게 아니라 무의미한 사건들을 배제하면서 쓰인다. p. 204
20190423 2019. 4. 29. photo

@Jogyesa

20190416 2019. 4. 29. photo

Yongil@home 312-1-313

2019. 4. 29. text

한강, <흰>, 문학동네, 2018

 

  • 이제 그녀는 더이상 단것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지만, 이따금 각설탕이 쌓여 있는 접시를 보면 귀한 무엇인가를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기자다. 그게 모든 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p. 81
글자풍경 2019. 4. 29. text

유지원, <글자풍경>, 2019, 을유문화사

 

  • 지구상에는 다양한 생물이 있고, 그처럼 자연과 뗄 수 없는 다양한 풍토와 다양한 언어, 다양한 문자, 다양한 글자체들이 있다. 지구를 아끼는 마음에는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포함된다. 새로운 것을 접촉하고 다름을 인정하면 인식이 확장되고 여유가 생기며 관대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들이 서로 고립되지 않도록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글로벌과 로컬을 아우르는 폭넓은 관점으로서 '간지역적(inter-local)'인 시각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양자가 균형을 유지하며 공존해야 문화가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p. 85
  • ...사람도 그렇고 글자도 그렇고, 어떤 대상에 대해 완전하게 안다고 여기는 데에서 오해와 오독이 생겨난다. 독일어에 이런 말이 있다. "Man lernt nie aus." 아무리 잘 알아도 모르는 것은 항상 남아 있으니, 겸손하라는 뜻이다. -p. 93
  • 다른 문화를 접하면 우리 문화 속 익숙하다 못해 관성적이고 먼지 쌓인 시선으로 보던 요소들의 본질을 한 줄기 바람 같은 싱그러운 시각으로 다시 보게 된다. 한글과 로마자의 글자들 사이는 아람 문자처럼 식물이나 작은 부호들이 장식적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다. 검은 글자의 형상 사이에 흰 공간이 있다. 하지만 이 흰 공간조차도 사실은 비어 있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아랍 문자를 보며 새삼 환기한다. 글자 사이의 흰 공간은 배경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글자와 글자를 응집력 있게 연결하는 뚜렷한 역할을 하고, 엄연한 면적과 형상을 가진 실체다. 그래서 이 흰 공간은 사실 '빈 공간' 이 아니라 글자의 검은 확들을 역형상화한 '카운터(counter)', 즉 '대응 공간'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pp. 118-119
  • 나는 여전히 대학의 기초 타이포그래피 과정에서 색채 없이 검정색과 흰색만 남기고 기하학적인 비례와 형상에 집중하게끔 교육한다. 하지만 이런 부득이한 교육적 제한과 개인들의 좁은 경험을 전부라고 여겨, 타인이 나름의 타당성을 갖춰 쌓아온 이질적인 세계에 대해 훈시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세계의 어떤 사람들은 글자에서 무엇보다도 색채를 적극 끌어안는다는 사실을 한번씩 상기한다. -p. 129
  • 한국어 음성상징에서 긍정적인 측면의 심상만 보자면, '사랑'의 ㅅ은 생(生)을 연상시키고 ㄹ은 활력(活)을 일으킨다. ㅅ은 에너지이고, ㄹ은 운동을 떠오르게 한다. 양성모음 ㅏ는 내적으로 수렴하는 음성모음 ㅓ와 달리 외부를 향해 확장되고 열려 있다. 마치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에너지처럼. 사람은 멈춰 있고 사랑은 굴러간다. 사랑이 사람 사이에 흘러 들어 서로를 연결한다. '사랑'이라는 한국어 단어 속에서는 소리와 뜻과 모양조차 이렇게 서로 사랑을 한다. -p. 137
  • 하지만 '3 더하기 4'의 답을 알았다고 해서,. 그 지식이 '7 더하기 9'의 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면 덧셈표를 작성해서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일일이 찾아봐야 할까? 그보다는 '덧셈'의 원리를 배우는 편이 바람직하다. '기능적인 타이포그래피'에서는 항들을 상정해서 사칙연산이든 더 복잡한 계산이든 '관계식'을 세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하나하나 차분하게 풀어나간다. -p. 163
  • 좋은 본문 타이포그래피와 기능적인 본문용 폰트는 시간을 두고 읽어봐야 그 진가를 안다. 수백 쪽에 달하는 긴 본문에 쓰이는 글자는 마라톤을 할 때 신는 러닝화와 같아서, 인체의 피로를 덜어 주어야 디자인이 잘된 것이다. 신고 오래 뛰어봐야 졸은 줄 알지, 겉만 대강 봐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면서 스타일도 좋고 정서적을도 친화적이어야 좋은 본문용 폰트다. -p. 164
  • 정답은 하나만 있지 않다. 가장 논리적인 답이 항상 가장 좋은 답인 것도 아니다. 각각의 문제마다 각각의 해결책이 있고, 때론 즐겁고 엉뚱한 해결책이 좋은 답이 될 수도 있다. 논리와 체계는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래도 가끔 머릿속이 경직될 땨, 길 산스 울트라 볼드 i를 떠올려 본다. 코끼리 다리처럼 두껍고 윗부분이 오목한 쟁반 위에 비대칭으로 놓인 작은 구슬이 구르는 듯한 저 모습, 과도하지 않으면서도 기발한 저 해결책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해냈을까? 이 모습을 보면 긴장이 풀리고 웃음이 나고 용기가 생긴다. -p.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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