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haps 2014. 5. 19. drawing

@Sangsangamdang, Hongdae

20140516 2014. 5. 18. photo


@ Hapjeong Stn.

font 2014. 5. 15. text

정확히 말하자면 서체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디자인에 대한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다지 학제적인 접근도 아니고,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다(디자인이란 개념 자체가 학문이라기 보다 기능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지 디자인을 하면서 어떤 고민이나 사고과정 없이 그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상투적인 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태도'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일어서이다. 한참이나 오래전부터 있었던 이 역시 상투적인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눈엣가시처럼 아른거리는 것에 대한 불만의 토로이다.

대학 때 배웠던 '좋은' 폰트들이 어디에 어떤 경우에라도 '좋은' 폰트로 작용을 할 거라는 맹신 혹은 무지에 대해 당당한 디자이너 또는 전공자들을 볼 때마다 나는 항상 불만에 가득 차곤 한다. 그들은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알량한 자만감으로 폰트의 '좋고' '나쁨'을 구분하고 헬베티카, 개러몽, 타임즈 로만 등 전통적인 서체들이나 기능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딘 서체 등 특정 몇몇 서체만을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기능주의적인 디자인보다는 좀 더 새롭고 다양한 관점의 디자인이 힘을 얻고 있었고, 이러한 시점에서 더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서체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음은 당연한 듯 해 보인다. 딩벳 폰트를 사용한 포스터, 본문용 서체로 타입라이트나 OCR 같은 서체의 활용, 메타 폰트 같은 손글씨 요소를 차용한 서체의 등장 등 다양한 새로운 방향이 이미 제시되었고, 국내에서도 디자인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굴림체를 활용한 디자인이나, 한글 레터링, 개인 디자이너들의 대안적 서체들의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체에 대한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고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이나 좁게는 쉽게 지나가는 유행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생각을 해본다면 (물론 무작정 유행을 좇는 작업 또한 당연히 배제돼야 할 태도임은 분명하지만) 관습적인 서체 선택이나 사용이 얼마나 멍청하고 심미적이지 못한 일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태도가 얼마나 게으르고 무책임한지. 깨닿게 될 것이다.

난청증 환자들 2014. 5. 6. drawing


@ cafe hyssop

20140422 2014. 4. 22. photo


@Seongsan Brdg.

20140421 2014. 4. 21. photo


@Inchon Airport

20140416 2014. 4. 16. photo


@Seongsan Brdg.

20140120 2014. 1. 20. photo


@Hyochang Park, Yongsan-gu

"왼손은 거들 뿐" 2012. 2. 28. text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레이아웃, 색, 타이포그래피가 아니라 내용과 기획력이다.

최근 디자이너 스스로 디자인을 매체로, 디자인을 대상으로 한-비판적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작업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디자인 스스로 만들어내는 의미는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이 비디자이너(non-designer)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디자이너들 그들만의 사회에서 얼마간 회자된다고 해서 그것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디자인은 가치 있는 것을 디자인할 때 가장 좋은 디자인이고 빛나는 디자인이다. 그동안 전공서적이 만들어낸 디자이너라는 환상은 사실 참 보잘것없고, 의미 없는 것들이었다. 디자인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가당착적 의미보다는, 좀 더 public하고 universal한-공공적이라는 말로 쓰기에는 모호함이 있어서 영단어로 표기- 의미를 내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작업은 왼손의 역할에 해당했다. 타자에 의해 의뢰를 받고 작업을 진행하여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는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작가'적 활동들을 통해 조금 다른 과정의 작업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사진의 발명으로 회화가 '사실을 묘사하는 도구'라는 역할로부터 멀어지고 스스로 '작품'이 되는 과정처럼 어도비 제품군을 위시한 작업툴의 발전으로 수월해진 작업과정과 넘쳐나는 디자이너로, 디자인 또한 스스로 작품이 되고자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디자인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의미가 과연 일반 대중들에게도 의미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이다.
롤랑 바르트의 신화화와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명제를 통해 이해해 보고자 하는 디자인의 이러한 자가당착적 의미부여에 대해서도 역시 일부분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견해에 따라 달리 볼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디자인의 '작품화'의 선례를 보면 그 과정만을 이용한 기회주의적 '작가'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진중하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어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아닌, 신변잡기적 주제와 과정, 스타디자이너를 향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그런 '작가'들 말이다.

결론으로, 디자인은 스스로 의미 없는 '작품'으로 존재하려 하기보다는, 유의미한 내용과 기획의 작업들을 돕는 왼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쪽이 디자인의 가치를 높이고 작품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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